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앤솔러지 작품집 | 코로나지만 사우나는 하고싶어 | Team22-2                             희곡 | 권지애 | 떠나야 할 때




 떠나야 할 때       때수건  방금 탕의 물을 빼고 나간 저 친구가 새벽 타임 카운터 알바야. 우

                       리끼리는 김군이라고 불러. 일한지는 두 달 좀 넘었나? 5시부터


                       11시까지 일하는데, 하… 제 시간에 오픈 한 적이 거의 없어. 경찰

                       공무원 준비하면서 고시원에 혼자 살고 있대. 집이 버스로 50분
 등장
                       이나 떨어져 있는데도 부지런해질 거라면서 알바 시켜달라고 매
 부산광역시 소재의 섬유회사에서 만들어진 ‘이태리 때수건’
                       달리니, 사장이 채용했지 뭐. 물론 우리는 조금 의심했어. 이 생활

                       몇 년 째인데 사람 한두 명 봤겠냐고. 관상 보면 딱 나오지. 그래
 무대
                       도 뭐 새벽 알바 구하기도 어렵고, 이왕 온 거 그만 두지 말고 오
 11년 째 운영 중인 대중목욕탕의 남탕
                       래 일했으면 싶었지. “연습하려고요. 경찰되면 새벽잠도 편히 못

                       잘 테니까요. 잘 할 수 있습니다!” 그렇게 패기 있게 파이팅하고

                       돌아가더니만 딱, 이틀째부터 지각하기 시작하더라. 우리 사우
 바닥 솔질하는 소리.
 24                    나는 새벽에 와서 씻고 출근하는 직장인 손님이 꽤 있는 편이거                                        25

                       든. 10년 넘게 매일 5시에 열던 사우나 문이 닫혀있으니, 처음엔
 때수건  사장도 오래 고민하고 결정 했겠지. 어느 정도 예상은 하고 있었
                       손님들도 걱정했지. 그런데 김군이 지각은 해도 또 30분 이상은
    지만 그래도 서운하네. 그렇다고 사장을 탓하는 건 아니야. 통보
                       안 늦어요. 5시 반쯤 되면 택시를 타고 머리는 산발을 해서 삼선
    하는 입장에서도 얼마나 마음이 무겁겠어. (한숨) 벌써 2년이 됐
                       슬리퍼를 신고 허겁지겁 도착해. 택시비도 만원이 넘는대. 돈 벌
    나? 처음엔 뭔지 몰라 놀랐지만 ‘독감처럼 또 지나가겠지. 지나가
                       려고 알바를 하는데, 그 돈을 택시비로 쓰는 이상한 구조지. 근데
    면 사람들이 다시 사우나를 찾겠지.’ 라고 생각했어. 근데도 결국
                       웃긴 건, 한 일주일 지각이 계속되니까 손님들이 알아서 핸드폰
    폐업까지 하게 되니 마음이 착잡하네.
                       보고 신문보고 그러면서 기다리더라고. 그래도 청소는 잘해. 물

                       때 안 끼게 솔질도 잘하고. 아, 지난주엔 하수구에 머리카락이랑
 수도꼭지에서 몇 방울 물 떨어지고 곧, 수도꼭지 잠그는 소리.
                       같이 엉킨 요구르트 뚜껑을 꺼내다가 넘어져서 허리를 삐끗했어.
 저벅저벅 걸어 나가는 소리만 울린다.
                       너무 아픈지 한동안 소리도 못 내더라니까? 공부하는 사람이 허
 사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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