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8 - 대전보건대학교신문 2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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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일을 향한 어제의 도약



                        더 할 나위 없는 우리의 2년








           학업과 동시에 무언가를 취재해, 써내는 일은 쉽지 않았다. 기자로서의 엄격한 규율은 구속처럼 느껴졌고, 창작의 고통과 자질에 대한 자괴감에 눈물짓던 순간도 있었을
         것이다. 스무 살, 처음에는 그저 마음이 이끄는대로 길을 따라 가다보니  어느새 2년이 지났다. 멈추지 않고 지나온 시간을 들여다 보았을 때, 처음 느낀 것과 달리 꽤 반짝이던
         순간들이 남아있었다.

           생경했던 일련의 활동들은 새로운 자극이자 도전이 되었다. 버거움은 고달팠던 노력의 시간으로 극복할 수 있었다. 우리의 시간이 정말 반짝였던 이유는 도전과 버거움을
         함께한 좋은 동료들이 있었기 때문이다.

           이제는 2년의 시간을 고이 접어 내일을 준비한다. 다시 이 기억을 마주할 날이 언제가 될지 알 수 없다. 또, 새로운 환경과 과업들을 만나며 잊힐지도 모른다. 그럼에도 분명
         자신 있게 밝힐 수 있는 것은  2년간 쌓아온 모든 순간이 새로운 시작에 좋은 자양분이 됐다는 것이다.

           상투적이어도 "끝은 새로운 시작”이라는 표현만큼 좋은 말이 없다. 내일을 향한 어제의 도약, 더할 나위 없는 우리의 2년이었다.



           그럼에도 우리는 청춘이다                        보여줄게 달라진 나                  나를 사랑하지 않는 이들에게                       즐기느냐 버티느냐



           세상을 살아가다 보면 우리는 어쩔 수 없이 갈림길       작년과 달리 올해의 나에게는 정말 쉴 틈 없이 바쁜     태어나면서 스물한 살이 된 지금까지 나는 아토피       대학 즐기느냐 버티느냐 그것이 문제로다.
         에 서게 된다. 수많은 일 중 반드시 해야만 하는 것이    나날이 이어졌다. 올해는 학교에서 대면 수업을        와 공생하고 있다. 어린 나이에 아토피를 견뎌 내기
         있고, 그것은 대부분 하기 싫은 일에 해당한다.        실시하게 되며 학교에 매일같이 등굣길에 올라야        는 절대 쉽지 않은 일이었다. 철저한 식단관리, 잠을      처음 교복을 벗어 던지고 대학생이 됐을 때, 설렘과
         하고 싶은 것만 하기엔 이제 우리는 자신의 결정에       했다. 또한, 동아리, 학생회, 신문사, 논문 등 정말   못 자는 일, 가려움 등등은 성인인 지금도 고통스럽다.   약간의 두려움이 나에게 찾아왔다. 그 두려움은 바로
         책임져야 할 나이이고, 해야만 하는 일은 도통 눈에      다양한 활동을 이어나가며 더욱 바빠졌다.           한데, 나이가 더 어렸을 때는 앞서 언급한 것들보다도    인간관계였다. 타지에서 의지할 사람 없이 홀로
         들어오지 않는 상황이 다분할 것이다.                무더웠던 여름날, 평소와 다름 없이 학교에 가고     주위의 시선을 받아들이는 일이 더 어려웠다.         외롭게 있을 거란 생각에 두려움을 느꼈던 것 같다.
                                           있었다. 그날 역시 할 일이 너무 많았기에 버스를      현대화에 따라 아토피는 흔한 질병이 되었지만, 나는     그랬던 내가 어떤 모습으로 2학년의 끝자락에 있을까?
           우리의 최대 장점이자 단점은 ‘젊음’이다. 부모님     타고 학교를 가고 있었다. 하지만 갑자기 몸이 너무     다른 아이들보다 아토피가 심한 편에 속했다. 그로        이 학교에 처음 온 이유는 면접 때문이다. 그때 당시
         세대의 사람들은 우리를 보며 나이도 어리니까 하고       힘들어져, 중간에 내려 병원에 갔다. 병원에 간 나는    인해 친구들, 그리고 친구들의 부모님들은 종종 위로     이 학교에서 계약직으로 근무하던 친언니가 면접
         싶은 것을 마음껏 하라며 등을 떠밀지만 막상 바깥을      스트레스성 위염이라는 진단을 받았다. 진단을         인지 동정인지 모를 말들을 건넸으며, 친구 중 몇몇은    장소에 데려다주며 응원을 해줬다. 그 응원 덕분에
         향해 발걸음을 내딛는 순간, 바닥은 살얼음판으로        받고서 약만 잘 챙겨먹으면 낫겠지 라는 생각으로       징그럽다는 말을 직접 하기도 했다. 무엇보다도 친했던    마음이 진정될 줄 알았는데 교수님을 보니 머릿속이
         변해 쩍쩍 금이 간다. 우리는 마치 젊음이 영원할       다시 학교에 가서 밤 늦게까지 일을 하다가 돌아왔다.    친구에게 징그럽다는 말을 듣고 나니 나의 자존감은      새하얘지면서 온몸이 진동했던 기억이 있다. 그렇게
         것처럼 천하무적의 방패 삼아 나이를 앞세우지만,        하지만 나의 그러한 생각은 며칠 가지 못했다. 학교     바닥을 치게 됐다. 작년에 한 지인에게 이를 털어놓은    면접 마무리쯤에 교수님께서 “이 학교에 오면 어떤
         점점 숫자가 높아질수록 현실을 깨닫는다.  마냥 하고     일이 부담으로 다가와서일까, 몸이 힘들어서일까,       적이 있다. 그때 그는 내게 얼토당토않은 타인의 말들    것을 하고 싶나요?”란 질문을 -했다. 그래서 난 “해양
         싶은 것만 하고 살기엔 현실은 혹독하단 것을.         늦은 밤 이유는 알 수 없지만 갑자기 서럽고, 마음이    을 담아놓지 말라고 조언해주며 대신 화를 내주었다.     생태계를 교란하는 성분을 제외하고 인간에게 안전한
         시간이 내 편이라는 말이 영원할 줄 알았지만 유한       약해졌다. 학교에 가는게 싫어지고 의욕도 사라져       누군가는 아무나 할 수 있는 단순한 말이 아니냐고      물질을 개발하고 싶다”라고 답했다. 그때는 먼 훗날
         한 말이라는 사실도 알게 될 것이다.              갔다. 그런 날들이 이어지던 도중 딱 30분만 노래방    할 수도 있겠지만, 내게는 그 단순한 말이 참 든든하게   화장품 연구원이 됐을 때 선크림에 관한 연구를 할 수
                                           에서 놀면서 스트레스를 풀라는 친구의 말에 곧장       느껴졌다.                            있다고 생각했다. 그러다 2학년 논문 주제로 ‘선크림
           현재 우리가 유일하게 내세울 수 있는 것은 젊음      노래방에 갔다. 노래방에서  2010년대 유명했던                                       분석 및 평가’란 내 의견이 채택돼 1년 동안 열심히
         이란 것도 분명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다. 젊다는       노래를 마음껏 불렀다. 다음날 역시 학교를 가는데         열 명의 사람이 있다면 그중에 한 명은 나를 무조건   준비했다. 물론 며칠 밤을 지새우며 지낸 날이 끔찍
         것은 곧 기회가 많다는 뜻이고, 그만큼 수많은 일에      전 날 무리를 해서 그런지 목소리가 안나왔지만,       비판하고 미워하며, 일곱 명은 내게 관심이 없고 두 명   하지만, 먼 훗날의 내 목표가 가까이 다가온 것 같아
         도전할 수 있으니까. 그러나 이제는 나이 하나만        마음은 후련했다. 그동안의 힘듦이 다 사라진것 같다     은 무조건 나를 믿고 사랑한다는 말이 있다. 이 말이    버틸 수 있었다. 그리고 교수님을 비롯해 날 챙겨주는
         믿기엔 잃을 것이 생겼고, 최고의 선택이라 믿었던       는 생각이 들 정도의 후련함이였다. 노래방에서 30     이전에는 와닿지 않았었다. 하지만 지금까지 있었던      친구, 믿을 수 있는 언니들, 묵묵히 열심히 해주는
         것이 최악이 되어 우리를 배신 할 때도 간혹 있을       분동안 놀았던 것은 그 후 내 대학생활의 원동력이      인간관계들을 곱씹어보니 저 말은 정확히 맞아떨어       선배 덕분에 지금까지 올 수 있었다.
         것이다. 젊음에 취해 시간의 흐름에 거역할 수 없어      됐다. 바쁜 일상 속에서 잠깐의 휴식이 정말 큰 힘이    졌다. 이상하리만큼 한 명은 나를 싫어했고, 교류가
         도전할 엄두조차 내지 못하는 나이에 도달할 수 있다.     된다는 사실을 그때 배웠다. 그때부터 나는 내 다이     잦지 않은 대부분의 이들은 내게 관심이 없으며 가장       나는 대학이란 곳이 조금 두려웠지만, 지금은 잘 즐기
         따라서 젊다는 것은 우리가 가진 유일한 무기이자        어리에 계획을 짤 때 꼭 일주일에 하루 이상은 일정을    친한 친구들과 가족들은 나를 있는 그대로 사랑한다.     고 있다. 이 모든 게 내 친구들 덕분이라고 할 수 있다.
         약점이고, 양날의 검인 셈이다.                 비워뒀다. 나는 쉬는 날 산책을 하거나 카페에 가거나    물론 완전히 이유 없는 사랑은 없다. 하지만 이 말인    어디를 가던 날 미워하는 사람, 온전히 날 사랑해주고
                                           아무것도 하지 않고 하루를 보낸다. 이렇게 하루를      즉슨, 사랑을 받는 ‘나’는 사랑받을 이유가 충분하기에   믿어주는 사람이 있다. 지금 보면 난 어리석게도 허상
           이제는 무턱대고 하고 싶은 것만 할 수 없는 나이     걱정 없이 쉬게 되면 다음날의 원동력이 되어 더욱      이들이 나를 사랑한다는 것이다. 게다가 나를 사랑      에 두려워하고 힘들어했다. 그래서 꼭 이 말을 전해
         이다. 수만 갈래의 길 앞에서 선택 하나로 천국과       열심히 일을 하게 된다.                    하는 사람들은 나를 싫어하는 사람들보다 두 배나 많다.   주고 싶다. 우리 일어나지 않은 미래에 스트레스를
         지옥을 오가며 세상을 원망할 때도 많을 것이다.          때때로 우리는 반복되는 일상에 피로를 느끼기도,                                      받고, 날 미워하는 친구 때문에 힘들어하지 말자.
         그럼에도 우리가 앞으로 나아갈 수 있는 이유는         풀리지 않는 상황속에서 여러 난관에 부딪히기도         때로는 ‘나’를 대상으로 한 평가로 인해 자신의 가치가   그리고 내게 주어진 상황에서 내가 하고 싶은 일은
         간단하다. 해야 하는 일을 받아들이고, 거기서 하고      한다. 단 하루도 쉬지 못해 내 몸과 마음이 지쳐가기도   없다고 느끼는 순간이 오고는 한다. 하지만 ‘나’는 누군  모든 도전해 보자. 그렇다면 훗날 내 대학 생활은
         싶은 일을 발견했기 때문이다. 다시 말해, 현실을       한다. 그럴 때마다 잠시 물러나 나를 위한 쉼표를      가가 사랑할 만큼 가치 있는 사람이다. 따라서 누군가    버티는 시간이 아닌 즐기는 시간으로 기억될 테니까.
         수용한 것이다. 치기를 부리기엔 우리는 성인이고,       찍자. 하고 싶은 일도 하고, 숨을 고르고, 마음 정리도   의 평가가 나를 좌절시킬지라도, 굴하지 않고 굳건히
         이젠 선택해야 하니까.                        하고 다시 앞으로 걸어나갈 준비도 하자. 이 쉼표가   자신을 사랑하고 신뢰해주길 바란다.                                      /정아빈 기자
           처음은 누구나 두렵겠지만, 용기 있게 한 걸음씩      앞으로의 삶에 원동력이 될 것을 생각하며, 잠시
         걷다 보면 머지않아 현실과 타협한 나의 꿈을 찾을       쉬었다 가자.                                                  /유경민 기자
         수 있으리라 믿어 의심치 않는다. 우린 아직까진
         젊으니까.                                                     /김규리기자


                                 /김다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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