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솔직하게 말하자면, ‘방법’은 인간을 과거의 끔찍한 역사에서 벗어나게 해 준 축복 같은 제도라 해도
            과언이 아니라고 생각한다. 고통, 상처, 그리고 크고 작은 질병까지 예전의 인간들은 이런 위협들로부

            터 자유롭지 못했다.


                    지금 우리가 살고 있는 사회도 마찬가지이다. 건강을 위한 여러 가지 약품, 사회적 제도 그리고
            건강을 책임져주는 의사와 같은 직업군들은 사람들에게서 열띤 환호성을 받는다. 국가에서 설계한 건

            강 계획을 철저히 따르며 이에 이행하지 않거나 위협을 가하는 이들은 철저히 배제되기에 더할 나위
            없는 안전한 국가라고 할 수 있는 것이다. 그리고 이런 국가는 현재를 살아가는 나에게 아주 매력적으

            로 느껴진다. 그러나 미아 홀의 이야기를 따라가며 한 가지 의문에 들었다. 건강의 목적은 무엇인가?
            이에 나는 ‘행복’을 위해서라고 답할 것이다. 그러나 아이러니하게도 이런 체제는 행복을 보장해주진

            않는다고 확신한다. 건강을 위해서 개인은 국가로부터 아주 철저히 감시받는다. 담배를 피우는 것, 맨
            발로 물장구를 치는 것, 심지어는 사랑하는 사람과 열정적인 키스를 나누는 것조차도 이 체제 속에선

            문제가 된다. 국가가 건강하다고 설정한 일정 구역을 벗어나는 것 역시도 불법 행위이다. 어떻게 보면
            건강이라는 선한 목적을 가진 의도 역시 개인을 구속하는 감시 체제로 이루어질 수 있다는 것이 나에

            겐 새로운 패러다임이었다.


                    감시 체제가 개인의 권력을 유지하기 위한 체제라고만 생각했던 것과는 달리 현재에서도 그럴
            싸한 말로 포장되어 나타날 수 있다는 점이 무섭게 느껴졌다. ‘건강’을 목적으로 사람들의 사생활과 정

            보가 침해되고 행동 범위까지 제한된 것이 정보화 시대를 살아가는 현재에서도 충분히, 어쩌면 이미
            일어나고 있진 않나 되돌아보게 되었다. 정보화시대에서 과학기술은 빠른 속도로 발전하고 있지만, 그

            에 대한 제도가 마련되지 못하여 사회는 종종 딜레마에 빠지곤 한다. 코로나19가 2020년 전 세계를
            강타하면서 각 국가는 봉쇄와 사회적 거리두기, 집회 결사와 종교활동의 제한, 이동의 자유 축소 등 방

            역 대책을 내놓고 있다. 한국 역시 코로나 확진자의 위치 동선을 공개하는 등의 대응을 하고 있지만,
            프라이버시 침해, 감시와 같은 시민권 침해와 지나친 행정 권력의 강화 움직임과 같은 비판에서 자유

            로운 상태는 아니다. 실제로 미국과 유럽 각지의 나라에서 국가의 과도한 규제 정책에 불만을 느끼고
            시위를 벌이는 이들을 보며 사적 영역과 공적 영역의 경계에 대해 고민해보게 되었다. 공공의 이익을

            위해 국가는 개인의 영역을 어디까지 침범할 수 있나에 관한 논의에 어쩌면 정답은 없을지도 모른다.
            대신 이 문제는 ‘개인에게 국가란 어떤 의미인가?’와 같은 논의로 대체할 수 있다고 본다. 나의 행동을

            규정하는 국가의 제도에 대해 순응하지 않고 끊임없이 고찰하고 비판적인 생각을 지니는 것, 이것이
            하나의 대안이다.


                    “삶이란 하나의 제안이고 우리는 그걸 거부할 수도 있는 거야” 모리츠의 말처럼 우리에겐 외부

            의 권력이나 부당한 간섭으로부터 자유스러울 수 있는 권리가 있다. 특정한 가치와 제도를 강요하는
            세력에 ‘아니요’라는 거부의 말을 던지며 저항할 수 있는 것, 이것을 잃는 순간 우리 사회에선 또 한 명

            의 모리츠 그리고 미아가 나타날 수 있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다. . 율리 체가 경고하는 사회가 그리 멀
            지 않고 당장이라도 등장할 수 있음을 인식하고 이런 사회를 경계하는 태도를 지니는 것이 향후의 사

            회를 이끌어갈 나의 역할이라고 받아들이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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