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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명의 발전


            검의 방향은 어디로 향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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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0년, 소위 문명 세계에서 아무도 예측하지 못한 팬데믹 시대가 시작되었다. 코로나

              로 인해 마땅히 누려야 할 것이라고 여겨진 것들이 나의 손아귀에서 벗어나며 ‘정상 사회’에 대한
              갈망 역시 커져만 갔다. 그리고 발견한 율리 체의 소설 ‘어떤 소송’에서 구현되는 건강 지상주의

              사회를 보며 부러운 마음이 듬과 동시에 작가는 유토피아 같은 이 사회에서 어떤 상황을 우려하
              고 있는지에 대한 궁금증이 생기게 되었다.


                     ‘어떤 소송’은 21세기 중엽의 국가를 다루며, 이 국가는 과거의 민주주의라는 체제 대신 ‘

              방법’이라는 것을 채택하였다. 건강이 최우선이자 법인 ‘방법’ 체제에 대다수의 사람이 순응하며
              살고 있었다. 반체제적이고 자유를 사랑한 모리츠는 살인 사건에 휘말리고 결백을 주장하지만
              받아들여지지 못하자 자살을 택한다. 남동생인 모리츠를 사랑한 누나 미아 홀은 체제에 대한 의

              심을 싹틔우게 되고, 한 변호사와의 만남을 계기로 싸움을 전개해 나간다.


                     ‘방법’ 체제의 신봉자인 크라머의 음모에 꼼짝없이 말린 미아 홀은 결국 동결형을 선고받
              았다. 그러나 동결되기 1초 전 석방되며 심리적 보호를 재선고받게 된 결말은 가히 충격적이었

              다. ‘개인의 자유’라는 것이 없는 거나 다름없는 국가에서 미아는 회의감과 허탈함을 느꼈고 죽음
              을 맞이하는 것을 두려워하지 않았다. 오히려 내가 보았을 때에는 죽음만이 끔찍한 체제로부터

              그녀를 구원해 줄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나 다시 국가에 적응하도록 훈련받고
              감시할 것을 선고하는 크라머를 보며 온몸에 소름이 돋았다. 정신과 육체가 거부하는 체제를 강

              요하며 ‘방법’에서 벗어난 그녀를 적이라고 간주하고 교정하는 태도가 오만하게 느껴졌다. 그녀
              의 말이 끊임없이 왜곡되고 오히려 처음엔 체제에 순응했던 그녀가 결국 최악의 반동분자로 거

              듭나는 과정을 지켜보며 이들의 정상성에 대한 기준에 의문이 들었다. “방법은 체제 안 시민들의
              건강을 기초로 세워졌고 건강을 정상으로 본다. 그러나 정상이란 무엇인가? 한편으로는 사실인

              모든 것, 주어진 것, 일상적인 것이다. 하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규범적인 것, 즉 바라는 것을 뜻한
              다. 이렇게 정상이란 양날의 칼이 된다.” 이처럼 어떻게 보느냐에 따라 정상의 기준이 달라짐에

              도, 사람들은 건강을 최우선적인 가치로 생각하며 집착할 뿐 정상의 기준에 대해 의문을 품지 않
              는 것이 참 역설적이라고 생각하였다. 국가 차원에서 개인의 건강을 돌보고 공공복리와 개인 복

              리의 일치를 강조하는 체제를 언뜻 보며 일종의 유토피아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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