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66 - 제44회 랜선 영등제 작품집
P. 66
웃음이 번져있었다.
얼마나 시간이 지났을까. 모든 고민은 잠시 내려두고 신나게 놀이 기구를 타는 나를 흐뭇하게 지켜보시던 아저씨는 내가 놀이
기구에서 내리자 손으로 등을 두드리시며 부르셨다. 나는 아저씨의 부름에 웃음이 가득한 표정을 지으며 뒤돌았다.
“오늘 즐거웠지?”
나는 당연하다며 고개를 끄덕였다.
“이제 슬슬 다시 돌아갈 때가 된 것 같다.“
영등포여자고등학교
아저씨는 나에게 돌아갈 때가 됐다면서 부드러운 미소를 지으셨다. 갑작스러운 아저씨의 말에 아쉬운 마음이 들었던 나는
조금만 더 있겠다는 의미로 아저씨에게 간절한 눈빛을 보냈다. 하지만 아저씨는 단호하게 고개를 저으시며 나를 타일렀다.
그리고 아저씨는 마지막으로 내 손에 이 놀이공원의 자유 이용권을 쥐어주셨다.
“이 자유 이용권은 내가 너에게 주는 선물이야. 지금은 사라진지 오래돼서 사용할 수 없는쓸모없는 표지만, 네가 언제든 지치고
힘들 때면 놀이공원에서의 즐겁고 행복했던 기억을 떠올렸으면 좋겠다.”
아저씨는 이 말을 끝으로 나를 뒤로 살짝 밀치셨다. 마지막으로 잘 가라며 인사를 하는 아저씨의 모습을 끝으로 나는 끝없이
추락해갔다.
“ㅇ... 빠! 아빠!”
아들이 부르는 소리에 정신을 차리고 보니 시간은 꽤 지났는지 노을이 지고 있었다. 아내와 아이는 나를 쳐다보고 있었다.
“뭐야, 당신 자고 있었어? 안 와서 계속 찾았더니만.“
생생한 기억에 진짜 있었던 일인가 싶었던 나는 주변을 두리번거렸다. 또 두리번거리다 말고 솜사탕 아저씨의 행방을 묻자
아내는 ‘이 사람이 무슨 소리를 하는 건가’ 싶은 눈으로 나를 쳐다봤다. 아내에게서 아저씨를 찾다 말고 나는 곧 내 손에
무엇인가가 잡히는 것을 깨달았다.
내 손을 보니 아저씨가 선물이라며 주셨던 놀이공원의 자유 이용권이 있었다. 나는 자유이용권을 보고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다.
이건 아마 바쁜 사회 속 일상에 치여 동심은 오래전에 버려버린 나를 위한 선물이 아니었을까 하고 말이다.
“아빠, 이거 뭐야?”
“이거? 아빠가 받은 선물이야. 어른이 날 기념 선물!”
“아빠, 무슨 소리야. 어른이 날이 아니라 어린이날이라고!”
“아닌데? 오늘 어른이 날 맞아.”
“근데 왜 아빠만 선물 받은 거야? 치사하게! 나도 어린이날 선물 줘!”
“선물 대신 오늘 외식하는 거 어때? 고기 먹으러 가자. 아빠가 쏜다!”
“오예-!”
오늘은 정말 행복한 어른이 날이다.
66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