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64 - 제44회 랜선 영등제 작품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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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른이날


          20403 남주
          5월 5일, 오늘은 어린이날이다. 달력에 빨갛게 표시되어 있는 이 날짜 덕분에 직장인인 나는 오늘 회사를 하루 쉬게 되었다.
          하지만 회사를 쉬게 된 나는 지금 미칠 지경이다. 오히려 좋 아해야 하는 것 아니냐고? 천만의 말씀.


          “아빠, 회전목마 인기 많아서 줄 일찍 서야 한단 말이야! 빨리 와, 빨리!”
     영등포여자고등학교
          “여보, 얼른 와! 줄 더 길어지기 전에.”
          ... 저 멀리서 아내와 아들이 빨리 오라며 재촉하고 있다.


          나는 오늘 새벽까지만 해도 엄청난 양의 서류들을 처리하느라 창밖이 밝아질 때쯤에 겨우 침대에 몸을 뉘었다. 뒤늦게 침대에 눕
          긴 했어도 어차피 오늘은 쉬는 날이라 저녁까지 늘어지게 자야겠다고 생각한 나는 점점 잠에 빠져들어 갔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방금 일어난 것으로 보이는 아내가 방문을 열고 들어와 나를 못마땅한 듯 보더니 세차게 흔들었다. 살짝 잠이 들려고 했던
          나는 몰려오는 졸음에 짜증이 나서 아내에게 구시렁거리며 저항을 했다.

          내 저항에도 아내는 양보할 기미를 보이지 않았고, 결국 나는 눈을 감은 상태로 다시 일어날 수밖에 없었다. 그렇게 졸린 눈을
          힘겹게 뜨며 옆을 보니까 아들은 언제 들어왔는지 똘망똘망한 눈으로 나를 보며 ‘놀이공원! 놀이공원!’이라고 재촉하고 있었다.
          아들을 보던 아내는 시선을 나에게로 옮겨 어린이날인데 가족끼리 특별한 시간을 보내야 하는 것 아니냐며 잔소리를 했다. 그래,
          오늘은 그냥 쉬는 날이 아니라 어린이날이었구나.

          하여튼, 그래서 아들의 성화와 아내의 눈치에 못 이긴 나는 현재 피곤한 몸을 이끌고 놀이공원에 와서 계속 돌아다니고 있다.
          계속되는 장소 이동에 지친 나는 결국 있는 힘, 없는 힘을 다 끌어모아 천천히 갈 테니 먼저 가 있으라고 소리쳤다. 내 힘겨운
          외침을 들은 아내와 아들은 한숨을 쉬고는 알겠다며 회전목마를 타기 위해 줄을 섰다. 나는 좀비처럼 터덜터덜 걸어 벤치에
          주저앉았다. 아니, 주저앉다 못해 그냥 드러누웠다. 사람들이 지나가면서 힐끔 쳐다봤지만 나는 딱히 신경 쓰지 않았다. 겨우
          한숨을 돌리고 벤치에 누워 하늘을 보고 있으니, 힘든 와중에도 나와 함께 어린이날만 되면 놀이동산에 가주시던 아버지와
          어머니가 떠올랐다.

          그리고 새삼 그 두 분이 존경스럽게 느껴졌다.
          유년기 시절 나에게 어린이날이란 1년 중에서 가장 손꼽아 기다리던 날이었다. 그 이유는 평소 일이 많아 늦게까지 회사에서
          근무하시는 아버지와 어머니가 나와 함께 있어 주는 날 중 하나가 바로 어린이날이었기 때문이다. 매년 어린이날에는 부모님의
          손을 잡고 놀이공원에 갔었다. 항상 놀이공원에 가면 날씨, 요일, 계절이 어떻든 토끼 머리띠를 쓴 채 솜사탕 장사를 하시던
          아저씨가 계셨다.


          아저씨는 늘 나를 볼 때마다 내 얼굴을 잊지 않으시고 ‘또 왔구나?’
          라고 말씀해 주시며 반겨주셨다. 아저씨께서 즉석에서 만들어주시는 형형색색의 솜사탕은 나를 들뜨게 만들었고, 막 만들어진
          솜사탕을 입에 넣는 것은 가장 큰 행복이었다. 맛있게 먹고 있는 솜사탕을 들고 아저씨의 가게를 지나면 다양한 놀이 기구들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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