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35 - 2021 농사적 예술하기 이자연 작가
P. 35
그날이 그날 같은
문득 새벽에 잠이 깨어 어스름한 창문 앞에 앉아 밖을 한참을 바라보다 다시 잠들곤 했다.
오늘이 또 그런 아침이다.
미쳐 잠에서 나오지 못하고, 다시 잠들기 어려움이 있는.....
이런 날들이 반복된지 좀 되었다.
고향에 내려와서 몇 년이 지났음에도 불구하고 난 이 생활이 앞으로의 삶이라 생각이
되니 그저 잠이 안 오고 잠에서 깨지 않은 것 같다.
새벽에 가끔 들어가보는 페이스북에 많은 지인들의 삶을 엿보면서, 일상의 삶과 전시
소식, 그들의 모임, 그들의 시간에 내가 빠져 나온지 오래되었다라는 것을 느끼며 창가에
앉아 아무도 지나지 않은 새벽의 고요한 시간을 보냈었다.
내가 있던곳에 대한 동경인지, 사람들의 관계가 부러운건지, 마치 나혼자 그들에게서
왕따를 당하는 것 마냥. 그냥 외로울때가 있다. 시골에서 나름의 생활을 포스팅 하자면
그저 전원생활이 부럽다. 잘 사는 것 같다. 라는 칭찬 같은 안부가 스스로 부끄러워
예전처럼 내 생활을 공개하기가 어려워진다.
작업공간의 불안정을 진정시키기 위해 불가분한 선택으로 고향에 내려왔고, 이 정도
거리는 내 마음이 달라지지 않는 한 언제든 가능하다고 믿었다. 물리적 거리가 아닌
심리적 거리를 느끼기 전까지 그렇게 또 다른 불안이 시작되어 긴 시간 나는 내 심신을
괴롭히면서 살아왔음을 오늘 아침에야 다시 느낀다.
현재 내가 벌이고 있는 수많은 일 들이 그 불안에서부터 시작되었음을 깨닫는다. 그리고
미래를 위한 선택이라고 자신을 위로한다.
부모님의 땅을 빌려 농사를 시작하면서 그 생산물로 작업을 하고 전시를 할꺼라는 나름의
당위성을 찾았고, 농업인 등록까지 하면서 호기로운 계획이 커지면서 점점 내 선을 넘을
것 같다.
농사적 예술하기라는 근사한 말이 한동안 나를 들뜨게 했고, 그 농사적 행위가 나에게
가치가 있음을 알았다. 매일 날씨체크를 하고, 어디서 어떤 생각을 하든 그 식물의
생장주기 동안 잊을 수 없는 애착을 만들었다.
그리고 스스로 건네었던 수많은 질문이 오랜만에 나를 나다운 모습으로 드러내게 되는
시간이었다. 그래서 올해도 씨를 뿌리고, 밭을 일군다.
폭풍 같은 내 눈동자는 안정을 찾았지만 아직도 내 마음은 매일매일 달라지고, 그날이
그날 같은 오늘이 반복된다.
2021년 5월 어느날 아침.
2021년 5월 5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