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52 - 국민연금수급자를 위한 가이드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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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연금 수급자 수기




                     어머니의 적금통장




                     2020년 국민연금 국민참여 공모전 장려상을 수상한
                     이호권님의 수기입니다.



                     코로나19로 타격을 입은 부분이 어디 한두 군데               “회사 운영이 어렵다더니
                     이겠는가마는                                   이번에 문을 닫았다고?”
                     무역업, 특히 중국으로 수출하고 또 중국에서 수입              “애들 엄마한테 들으셨어요?”
                     을 해오는 업체의 타격은 이루 말할 수 없다. 9년             “잘 좀 위로해달라더라. 그동안 고생했다. 넘어진
                     가까이 운영해오던 작은 무역회사를 포기하기까                 김에 쉬어간다고 이번 기회에 잠시 쉬면서 재충전
                     지 많은 고민이 있었다. 정들었던 직원들을 내보내              도 하고 그러면 좋지.”
                     고, 폐업 신고를 하고, 책상과 컴퓨터, 복사기 등 집
                                                              “재충전은요……, 정부 지원 프로그램도 많거든
                     기를 처리업체에 넘기고 나니 비로소 실감이 났다.
                                                              요. 열심히 준비해서 다시 출발해야죠. 저……, 그
                     온갖 서류와 샘플들이 가득 찼던 사무실이 텅 비었
                                                              런데 어머니…….”
                     다. ‘다시 시작할 수 있을까?’ 내 한숨에 먼지 뭉치
                                                              생활비를 얼마간 드리기 힘들 것 같다는 말이 목에
                     가 ‘어림없지’ 하는 듯 떼구르르 굴렀다.
                                                              걸려 차마 밖으로 나오지 않았다. 회사를 정리하고
                     주말엔 아이들을 데리고 시골에 계신 어머니를 찾
                                                              나니 남는 것은 빚밖에 없었다. 고용센터에서 재취
                     아뵙기로 했다. 일주일에 한 번씩 등교하는 것 말고
                                                              업 교육을 받고 재취업을 하든, 새롭게 사업을 시
                     다른 날은 집에서 온라인으로 수업을 듣던 아이들
                                                              작하든 당분간은 생활이 빠듯할 것이 뻔했다. 이런
                     바람도 쐬어줄 겸, 어머니께 드릴 말씀도 있어서 떠
                                                              사정을 말씀드리려니 말문이 막히는 것은 당연했
                     난 길이었다. 사무실 문을 닫고 심란한 아빠의 맘을
                                                              다. 말을 못하고 머뭇거리는 아들에게 어머니는 품
                     아는지 모르는지, 할머니댁에 간다고 아이들은 신
                                                              에서 통장을 하나 꺼내 주셨다.
                     나있었다. 막내 녀석은 커피를 좋아하는 할머니께
                                                              어리둥절하는 아들에게 어머니는 통장을 펴보라고
                     요즘 유행하는 달고나 커피를 해드린다고 커피랑
                                                              하셨다. 매월 조금씩 모아온 금액이 마지막장에는
                     거품기까지 챙긴 모양이었다.
                                                              3천만원 남짓하게 모여있는 통장이었다.
                                                              “당장 어려울텐데 사업을 시작하든, 생활비에 보태
                     아이들을 돌아보며 쓴웃음을 짓는 나를 보며, 아
                                                              쓰든 해라.”
                     내는 운전대를 쥔 내 손을 꼭 쥐었다.
                                                              “어머니 제가 매달 보내드리는 생활비도 빠듯하셨
                     저녁상을 물리고 얼마 뒤에 아이들은 곯아떨어졌
                                                              을 텐데 이 돈을 어떻게?”
                     다. 차를 타고 와서 할머니 밭일을 도와드리고 나니
                                                              “어떻게는 무슨, 시골 노인네가 돈 쓸데가 어딨어?
                     피곤했던 모양이었다. 어머니랑 이야기할 수 있게
                                                              반찬은 이렇게 밭에서 푸성귀 뜯어다가 먹으면 돈
                     아내가 아이들을 재운다며 자리를 피해주었다. 마
                                                              들어갈 일도 없고, 밥을 먹으면 얼마나 먹겠니? 일
                     당 평상에서 어머니와 앉아 이런저런 이야기를 했
                                                              년에 쌀 20kg 세 포대도 남아. 커피 사는 거 말고는
                     다. 이렇게 어머니와 단둘이 이야기하는 것은 참 오
                                                              돈 들어갈 일이 없어. 네가 보내주는 돈은 꼬박꼬
                     랜만이었다. 옛날 이야기, 고향동네 이야기, 동네
                                                              박 안 쓰고 모았지. 나머지 생활은 국민연금 나오
                     친구 이야기……. 한참 변죽만 울리고 하려던 이야
                                                              는 게 있으니까 그걸로 쓰면 되고.”
                     기는 못하고 있었는데 어머니께서 먼저 꺼내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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