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을 읽지 않는 국민’, 미래가 없다 이윤배 조선대 명예교수(컴퓨터공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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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읽지 않는 국민’, 미래가 없다 이윤배 조선대 명예교수(컴퓨터공학)

e쟁이 0 11300

안중근 의사는 ‘일일부독서 구중생형극(一日不讀書 口中生荊棘)’, ‘하루라도 책을 읽지 않으면 입안에 가시가 돋는다’라고 독서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그리고 1300년 전 당나라 시인 두보 또한 ‘남아수독오거서(男兒須讀五車書)’, ‘남자는 모름지기 다섯 수레의 책을 읽어야 한다’라고 책을 많이 읽도록 권장했다.

흔히들 국민의 독서 수준은 곧 그 나라의 경쟁력을 가늠하는 지표라고 말한다. 그런데 우리나라 국민의 일 년 독서량은 OECD 회원국 중 최하위로 현실은 참담하다. 독서량 최상위국 미국은 1인당 한 달에 6.6권, 일본은 6.1권, 프랑스는 5.9권, 그리고 중국마저도 2.6권을 읽고 있다. 반면, 우리나라 국민은 겨우 1.3권을 읽고 있을 뿐이다. 세계 30개국 13세 이상의 3만여명을 대상으로 인쇄 매체 접촉 시간을 조사한 결과 독서 시간이 가장 높은 국민은 인도인으로 주당 10.7시간이나 됐으나, 한국인은 인도인의 3분의 1 수준인 3.1시간에 불과했다. 그뿐만이 아니다. 우리나라 국민 1인당 독서 시간은 국가별 평균 독서 시간 6.5시간의 절반에도 못 미치고 있다.

그런데 우리나라 국민들이 책을 많이 읽지 않은 가장 큰 이유로 ‘독서 습관 부재’를 들 수 있다. 어릴 때부터 체계적인 독서 교육을 받지 못한 채 그저 학교나 학원에서 입시를 위한 점수 따는 공부만 해 온 결과다. 그리고 국민들이 언제 어디서나 손쉽게 책을 접할 수 있는 도서관과 도서 보유량의 절대 부족도 한몫하고 있다. 여기에 TV, 컴퓨터, 인터넷, 휴대폰 등을 선호하는 ‘영상 세대’의 등장이다. 그런데 21세기 국제화 시대에 유수 선진국들과 맞설 수 있는 경쟁력은 지금과 같은 황량한 독서 풍토에서는 결코 나올 수 없다는 데 문제의 심각성이 있다.

특히 오늘날 강조되고 있는 창조적 사고나 창조적 아이디어 창출은 어느 한 분야만을 전문적으로 잘 아는 편향된 지식으로는 이룰 수 없다. 융·복합적 사고가 필수다. 융·복합적 사고를 위해서는 다양한 분야의 책을 읽고 그 내용을 응용할 수 있는 균형 있는 사고력을 길러야 한다. 우리나라가 아직 단 한 번도 노벨과학상을 수상하지 못한 까닭도 창의적 인재 육성 교육은 등한시한 채 입시 위주의 암기식 교육을 해 온 결과와 절대 무관치 않다.

그런데 독서 인구 5% 증가 시 출판 시장 경제 효과는 4천200억원 규모로 추산되고 있다. 그뿐만 아니라 독서는 국가 지식 경쟁력을 높이고 출판생태계의 선순환 구조를 생성한다. 그러나 독서는 무엇보다도 개인의 창의적인 사고력을 통한 균형적 삶과 행복 지수를 수치로 계산할 수 없을 만큼 무한한 가치를 새로 마련할 수 있다는 점에서 국가적으로나 개인적으로 대단히 중요하다. 따라서 독서 인구의 저변 확대를 위해 유아기부터 책 읽는 습관을 갖도록 독서 지도 프로그램을 개발하고 체계적으로 독서 지도를 해야 한다. 그리고 영상 세대의 등장에 따라 기존의 종이 책 대신 인터넷이나 휴대폰을 통해 언제 어디서나 필요한 때에 싼 가격으로 읽을 수 있도록 전자책 형태로 책 시스템 자체를 변환해야 한다. 전자책은 단순히 글자를 읽는다는 종이 책의 개념에서 벗어나 음악, 동영상은 물론 실시간으로 내용에 대한 주석(註釋)을 달거나 직접 책을 제작할 수도 있는 쌍방향 소통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TV 등 언론 매체에서도 가수 등용문으로서 역할에 골몰할 것이 아니라, 책을 읽고 토론하는 쇼 형식의 독서 관련 프로그램을 적극 개발, 국민들이 독서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독서에 관심을 두도록 계도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책을 읽지 않는 국민’, 미래의 희망이 없기 때문이다. 그런데 일주일에 3시간 정도 소설책을 꾸준히 읽으면 수명이 2년 정도 더 연장된다는 재미있는 연구 결과도 있다. 책을 읽어서 마음의 위안도 얻고, 수명도 연장하고, 일거양득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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